구단을 살리기 위해 서포터들이 모였다! '까치라디오'
[2017-05-25]
- 구단의 홍보와 생존을 위해 팬들이 시작한 팟캐스트 ‘까치라디오’ - 고양시민축구단을 알리는 사람들 - ‘까치라디오’편
새해가 밝아오면 정부는 각 부서에 맞는 예산을 배정한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맞게 예산을 쓴다. 프로 축구 구단도 새 시즌을 앞두고 예산을 배정한다. 프로 축구 구단의 예산은 선수 연봉, 구단 운영, 선수 이적금, 마케팅 비용 등으로 쓰인다. 한정된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한국 축구 4부 리그 급에 속하는 K3리그 팀들의 한해 예산은 3억 ~ 7억 원이다. 이 예산으로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와 같은 운영을 보이기에 매우 부족한 금액이다. 선수 수당, 구단 운영비만 하더라도 예산의 대부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관중과 미디어의 관심이 덜해 구단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이런 구조 때문에 K3리그 내의 이야기가 세상 밖에 알려지는 것은 힘들다.

[구단의 홍보를 위해 팟캐스트 진행을 생각한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 ‘라대관’씨]
고양시민축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팀 운영이 매년 고난의 연속이었다. K3리그에 얼굴을 비친지 오래됐지만 축구팬들과 작게는 고양 시민들에게도 생소한 팀이다. 올해 초,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 라대관, 김동범, 김병우 씨는 구단의 홍보를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범 씨는 “라대관 씨와 20년 지기 친구이면서 서포팅을 같이 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어느 날, 라대관 씨가 ‘구단의 홍보를 위해 팟캐스트를 진행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저에게 했습니다. 그래서 크게 고민 없이 저의 작업실에서 같이 해보자 한 것이 지금까지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팟캐스트 진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라대관 씨와 서포팅을 같이 하는 김병우 씨가 합류하면서 2인 체제로 진행하게 됐다.
고양시와 구단의 상징인 ‘까치’를 이름에 넣어 팟캐스트의 이름을 ‘까치라디오’로 정했다. 까치라디오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한다. 1부에서는 축구계 소식과 함께 고양시민축구단의 소식을 전해준다. 2부에서는 그날의 주제로 진행한다. 경기가 있는 주면 상대팀 분석이나 경기 리뷰를 한다. 청취자들도 점차 늘고, 고정 청취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김병우 씨는 까치라디오를 진행하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처음 진행했을 때는 청취자분들이 이전에 있던 ‘고양 KB 국민은행’과 ‘고양 자이크로 FC’와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최근에 그런 분들이 많이 줄어 기뻤습니다. 이제는 고양시민축구단을 고양시의 당당한 한 팀으로 봐주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얘기했다.

[‘까치라디오’의 녹음이 진행되는 작곡가 김동범 씨의 작업실]
인터뷰 초반 김병우 씨는 까치라디오의 진정성에 대해 얘기했다. “까치라디오는 재미를 위한 팟캐스트가 아닙니다. 구단의 생존과 홍보를 위해 구단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 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그만큼 절박함에 나온 아이디어다. 가볍게 진행하지 않고, 매회 주제에 맞는 자료를 며칠에 걸쳐 찾는다. 의견을 내야 하는 주제에는 각자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얘기한다. 17화까지(5월 23일 기준) 진행되고 있는 까치라디오는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서 주목받는 축구 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양시민축구단의 창단부터 함께 해온 라대관 씨는 “경기장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최선의 홍보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워 여러 가지 홍보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까치라디오였습니다. 최근 구단의 홍보가 까치라디오 외에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너무 행복하고 꿈만 같습니다. 조금만 더 바라면 구단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K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고양시민축구단이 정말 내 팀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라고 얘기했다.
축구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팬과 구단의 관계가 깊다. 구단은 팬을 생각하며, 팬은 구단을 생각한다. 국내 축구도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몇 가지 예로, 2015년 성남FC의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부리람 원정길에 혼자 오른 강민수 씨가 있다. 같은 해 전북현대가 SNS에서 감바 오사카와의 원정 경기에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온 가족을 찾는 사례도 있다. K3리그도 미디어의 언론 노출이 적을뿐 이런 사례가 많다. 까치라디오와 같이 구단을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찾는 팬들이 많다. 까치라디오 진행자들의 바람대로 고양시민축구단이 정상화되어 K리그까지 올라갈 날을 기다려본다.